일주일동안 하루 2시간 재택근무 하면서 느낀점

일단 내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능력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다. 나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CS와 발주업무 및 SNS 리뷰 업로드 등의 일을 한다.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유는 원래 7시간 전일제였으나, 핵심 업무였던 영업(MD처럼 입점 컨택을 했었는데, 생각만 해도 피로하고 정신력이 후달려서 나도 모르게 월급 루팡짓을 하고 있었다. 내 적성에 안 맞았음)과 기획(판매 기획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릴지 인스타에 특가 기획에서 파는 거였음)에서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악의 생산성을 보여줬었기에… ) 그리고 스스로도 그걸 알아서 사직서를 내려고 했었는데, 다행히 대표님의 은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재택근무로 하게 된다면 내가 사직서를 내려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인, 내 개인 시간이 많아지게 되기 때문에 더욱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은 매우 오만하고, 나를 과대평가한 생각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를 통제하고, 계획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in home(집안에서). 이 사실은 나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런데도 나는 단순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것은 둘째치고 그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 같다. (안정 2, 불안정 8, 시공간적 자유가 있는 삶!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면서 돈 버는 삶!)

내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더욱 더 생산적으로, 나만의 꿈을 이루어가는 삶을 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겠다.

  1. 일단 집에서 컴퓨터로 재택근무를 하니까 2시간의 업무가 끝나면 그게 바로 게임과 딴 짓으로 이어진다. 요즘 테일즈런너를 다시 시작했는데, 손목이 아프다고 징징댔을 때는 언제고 무섭게 중독돼서 일주일을 그대로 보내버렸다. 손목은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게임 후유증으로 욱신거린다.
  2. 집 안에는 온갖 유혹거리가 넘쳐나는데 일단 밖으로 나갈 강제적인 동기가 없으니 아예 귀찮아서 집 안에서만 맴돌게 된다.
  3. 집 밖에 나가야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집 안의 유혹적인 놀잇감들에 온 신경을 빼앗겨서 원래의 선한 목표와 의지를 잃어버린다. 나가기를 귀찮아하고, 목표 그까짓거… 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단순히 집 안에서 일주일을 보낸 것 뿐인데, 건강이 상하고, 집으로 나간 숫자는 두 번 밖에 되지 않으며, 생산적으로 보낸 시간은 거의 0에 수렴했다.

아하,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하지 않은가. 이것이 재택근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재택근무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집이라는 환경이 잘못되었다. 이것이 팩트다. 나는 무조건 바깥으로 나가야 생산적으로 무엇이든 일을 할 수가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맞는 말임을 고등학생 때 절절히 실감했었다.

환경은 의지를 이긴다. 아니, 책에서 그렇게 많이 읽었잖아, 경험도 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실수를 계속 반복한 이유는 귀찮음 때문이다. 아아, 악하고 게으른 종이여…

그래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나는 이제 계획을 하나 세워야 한다. 집을 나갈 방법에 대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건, 내가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노트북이 있으니 이것을 갖고 카페나 주변 도서관으로 가서 일을 해야겠다… 그런데, 나는 또 여기서 훼방을 하나 놓는다. 노트북이 너무 무겁잖아! 2013년형이라 느려터졌고 엄청 무거워서 나 무릎 관절도 안 좋은데 들고 다니기 너무 힘들어! 그럼… 업무용으로 가벼운 그램같은 노트북 좀 장만해봐?!

이만큼 좀 바깥으로 나가는 부담감을 줄여줘야 내가 바깥으로 대범하게
(?)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 아주 쉽고 편하게, 부담없이 내가 잘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흠,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집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서 집에서 재택근무 하다가 이어서 계속 놀게 된 이유가… 정말로 무거운 노트북 이거 하나 때문인가?

흠… 고심히 생각해봐도 맞는 것 같다. 정말정말 부담감이 느껴지니까…

일단 집을 빨리 나가야한다는 것에는 변함이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일단 나가야 한다. 점심이 지나면 조금씩 나의 마음이 허물어지고 게을러지기 시작하니까 아침부터 나가버리는 게 옳다.

그런데 가벼운 노트북을 대뜸 장만하자니 돈이 아깝다. 이제 고지가 눈앞인데, 거금을 또 써버리자니 아까운 마음이… 그렇다면, 조금 행동력과 의지가 필요한 순간이긴 한데, 일단 한번 지금 나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는 방법이 있다. 무겁더라도 노트북 들고 도서관 가거나 (그런데 그러면 고객 응대는 어떻게?) , 근처 카페 가서 아침 업무를 하고, 집에는 점심 먹으러 잠깐 들른 뒤(아, 들르는 것도 너무 위험한가. 점심 먹고 집에서 퍼질러질 가능성이 농후함. 그런데 밖에서 밥 먹자니 내가 생활비가 후달린다.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 문제들..) 나의 삶을 이어서 살아보는 것이다.

일단 이런 방법으로 한번 일주일을 살아보고, 정말로 이번 일주일보다 생산적이고 무거운 노트북도 그리 부담되지 않았고 유익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면! 나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일단 그래, 이렇게 살아보자. 돈 없으니 어떡해,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서 게으름을 피울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지 말아야한다. 죄의 유혹들이 그득그득한 집을 빨리 탈출해버려야지 안 그러면 이번주같은 꼴이 계속 나버릴테니… 그러면 가족들 걱정도 이만저만 아닐테고. 나와 내 주변인 모두에게 좋지 않은 현상들이 계속해서 벌어질테니까 이러한 결단이라도 한번 해서 행동해봐야겠다.

이것이 글쓰기의 이로움인가… 일기를 쓰면서 내 머릿속이 정리됐다. 나의 문제도 잘 직시하게 되니 참 좋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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